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인간의 성장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듯이 공감 능력 또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받아야 잘 발달할 수 있다. 아이의 공감 능력은 부모와의 정서적·감정적 교류, 즉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에서 비롯되는데, 이때 부모가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반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영은 아이의 행동을 부모가 거울처럼 그대로 따라하거나 묘사해주는 것, 혹은 아이가 한 말을 부모가 그대로 따라 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가 한 행동이나 말을 반영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걸 알게 되어서 안심이 되고, 자신을 한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행동이나 말을 반영할 때 자신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자유롭게 주위 환경을 탐색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반영하면서 자녀가 안전감을 경험하면 부모와 자녀모두 상위 뇌와 하위 뇌가 활성화되면서 대화를 위한 공감능력과 상호작용능력이 활발해 진다.
아이가 부모의 반영을 통해서 안심하고 존중받는 기분을 경험을 하는 것은 자존감이 높고, 사회성인 좋은 아이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반영 받는 경험을 못하거나 부족하면 아이는 자신에게 몰입하게 되고 자존감과 사회성의 기초인 공감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의 경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그 이면에는 어린 시절에 부모의 따뜻한 반영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인지적 공감능력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다룬다). 부모가 자녀의 행동이나 언어를 ‘반영(Reflection or Mirroring)’하는 것은 일명 ‘거울 되기’ 혹은 ‘따라 하기’이다. 우리가 거울을 보면서 어떤 동작을 취하거나 표정을 지으면 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아이에게 거울처럼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반영하면 아이는 부모를 통해서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게 된다.
이것은 부모가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반영하면 아이 자신이 행동하거나 말할 때 활성화 되었던 뇌의 영역이 다시 활성화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뇌에 ‘거울 뉴론’이라는 특별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뇌 과학 실험실에는 뇌에 전극을 심어놓은 원숭이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신경생리학자 비토리오 갈레세 박사는 땅콩을 집으려고 손을 움직였다. 그때, 원숭이 뇌에 부착된 전극과 연결된 컴퓨터에서 신호음이 났다. 이때 원숭이는 움직이지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땅콩을 집어 드는 자신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
갈레세 박사는 컴퓨터의 신호를 분석했다. 원숭이가 직접 땅콩을 집어들을 때 활성화 되었던 뇌의 운동세포 영역과 동일했다. 즉 원숭이가 다른 사람이 땅콩을 집는 것을 바라볼 때도 뇌의 동일한 위치에 있는 운동 신경세포가 그대로 발화한 것이다. 이것이 감정이입세포로도 알려진 거울뉴런(mirror neuron)을 발견하게 된 계기다.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에 있는 거울뉴런도 다른 사람이 공을 차거나 웃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처럼 활성화됐다. 누군가가 자전거를 탈 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탈 때, 자전거가 이동하는 소리를 들을 때, 혹은 단지 ‘타다’라는 단어를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울 뉴런은 활성화됐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을 거치면서 길레세 박사는 거울 뉴런은 모방 뉴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고 다른 사람의 느낌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뇌 속의 바로 이 ‘거울 뉴런’ 때문이다. 이 거울뉴런의 발견으로 우리들은 타인의 모습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영에는 행동반영과 언어반영이 있다
반영에는 아이의 행동을 부모가 그대로 따라하는 ‘행동반영’과 아이의 행동을 부모가 말로 묘사해주거나 아이가 한 말을 부모가 반복해서 따라해주는 ‘언어반영’이 있다. 먼저 행동반영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필자가 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보수교육을 하면서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한동안 그곳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한 적이 있다.
하루는 5개월 동안 상담하던 승혜가 그날도 상담을 마치고 엄마 손을 잡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승혜가 더 놀겠다고 하면서, 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며불며 떼를 썼다. 아이가 하도 심하게 생떼를 쓰고 집에 안 가려고 하자, 아이 엄마와 유치원 교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랐다. 이 때 필자는 아이가 울며 생떼 쓰는 모습과 행동을 “승혜가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말하면서 그대로 따라했다.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는 필자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고는 울음을 멈추고 필자에게 다양한 동작을 취해 보였다. 필자는 아이의 여전히 동작을 그대로 따라해주었다. 아이에게는 필자가 자신의 행동을 따라한 것이 자신에서 집중해서 놀아주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아이는 1~2분 만에 차분해졌다. 이때 필자가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승혜 이제 집에 갈 시간. 다음에 보자. 안녕!” 이 말을 들은 아이의 얼굴에는 아까 울었던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자신과 놀아준 필자에게 살짝 미소를 보이며 엄마 품에 안겨서 ‘무사히’ 집에 돌아갔다.
이처럼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 주면서 놀아주는 것이 ‘행동반영’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으려면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 줄 때 아이의 행동을 잘 따라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아이가 잘 한다 못한다 하며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안전감을 느껴야 자기답게 표현할 수 있고, 자기답게 표현하는 아이가 즐겁게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을 묘사해주거나, 아이가 한 말을 부모가 그대로 따라해 주는 언어반영은 아이와의 대화에서 아주 중요하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가만히 앉아 있다. 엄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이가 외롭겠다고 짐작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말한다. “진수가 외롭구나.” 이때 아이는 “아니에요. 풀 사이에 다니는 개미를 보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엄마는 아이 마음도 모르고 지레 짐작한 것에 조금 민망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아이의 행동을 말로 반영해주는 ‘언어반영’을 사용해 보자. 먼저 아이의 행동을 보이는 그대로 묘사한다.
엄마: 진수가 땅을 보고 있네.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어.(반영) 맞니?(질문)
아이: 응, 엄마. 여기 개미들이 지나다니는 거 좀 봐.
엄마: 아, 그래, 개미들이 지나다니고 있구나?(반영) 현수가 신기하고 재미있겠네?(공감)
아이: 응.
이렇게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행동을 거울처럼 묘사해주고, 말을 그대로 따라해주는 언어반영을 해주면서 상호작용 할 때 아이는 안전감과 존중받는 느낌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탐색에 집중할 수 있다.
언어반영을 할 때는 부모가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구나”라고 말해 말머리 끝의 톤을 내려주면 된다.
아이: 아빠, 저번에 우리가 놀러갔던 데가 아까 TV에 나왔어요.
아빠: 저번에 놀러갔던 데가 TV에 나왔다는 거구나.
아이: 네, 내가 TV에서 보자마자 우리가 놀러갔던 곳인 걸 맞췄어요.
아빠: 아, TV 보자마자 놀러갔던 곳인 걸 맞췄구나.
이렇게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반영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존중감을 느낀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차분하게 반복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주목하고, 집중하고, 경청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 흥분했던 아이도 금세 차분해 질 수 있다. 아이가 많이 흥분해 있거나, 조급할 때, 부모에게 실망해서 마음이 토라져있을 때, 아이의 말을 부드럽고 차분하게 반복해주면서 아이의 흥분한 감정이 차분해지고, 풀리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흥분한 아이의 말을 부모가 차분하게 따라하며 반영해주는 것은 마치 투수가 던진 공을 포수가 글러브로 잡는 것과 같다. 투수가 아무리 빠르게 던진 공도 포수가 잡는 순간 속도는 0이 된다. 이처럼 화를 내거나 흥분한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진정제’는 부모의 차분한 반영이다.
반면에 부모가 아이의 말에 짜증을 내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마치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배트로 강하게 휘둘러 치는 것과 비슷하다. 공이 날아온 속도와 힘에 배트의 힘이 반발력으로 작용해서 공이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것처럼, 아이는 부모의 짜증내는 반응에 겁을 먹거나 ‘움찔’하는 반응을 하게 된다.
한편, 아이가 하는 말이 길어지면 일일이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 이때는 아이가 한 말을 요약해서 반영하고, 잘 들었는지 질문해보자. 아이가 길게 말했을 때는, “네가 한 말이 이러저러한 것으로 들었는데, 맞니?” 하면서 아이의 말을 요약해서 반영해주고, 그것이 맞는지 확인해주자. 이러한 활동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안전감을 확보하고, 유대를 돈독히 하며 더욱 풍부하게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