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에는 아빠와 엄마의 원칙 있는 협의가 중요하다
훈육과정에서 부모의 과제는 부부가 서로 협상하고 조율하면서 최대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A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연필만 잡아도 잘못될까봐 걱정하고, 엄마는 그냥 놔둔다. 아빠는 아이가 네 조각으로 자른 계란을 먹을 때 너무 커서 목에 막힐까봐 걱정하고 엄마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이 안전의 중요성을 설명하지만 아내는 아이가 그 정도로 때문에 잘 못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반박한다. 점점 남편은 아내에게 짜증과 비난이 섞인 말을 하고, 아내는 한 숨을 쉬며 참는 과정에서 옆에서 놀던 5살 딸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며 긴장한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치관의 차이는 서로가 이전부터 믿고 있었던 신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사례에서 남편은 아이가 네 조각보다 더 잘게 잘린 계란을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남편의 가치관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고,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아이는 안전해야 행복하게 클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한편 아이에게 네 조각 정도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한 아내의 가치관은 아이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고,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아이는 자유로워야 행복하게 클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렇게 다른 선호도와 가치관 그리고 신념을 가진 부부가 어떻게 협상하고 조율할 수 있을까?
남편은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을 인정하고, 아내는 남편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는 것을 존중하는 데서부터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서로의 다른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서로의 다른 양육방식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정과 존중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서로의 다른 생각, 감정, 경험의 자유를 존중하되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은 다음의 안전선을 참고로 협상하고 조율하자.
첫째, 신체적 안전이다. 남편은 아이가 연필을 잡고, 계란 조각이 커 보일 때 아이의 안전이 걱정된다. 남편은 아이가 연필을 잡을 때 혹시 그것으로 아이가 자기의 눈을 찌를까봐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안전에 관해서는 조금 기준이 높은 것도 나쁘지 않다(그것이 아이의 자유를 막아서 질식시키지만 않는다면).
이 기준에 아내도 동의한다면, 아이가 놀 때 고글 같은 것을 씌워주든지, 아예 연필을 가지고 놀게 하지 말자. 대신에 색연필이나 크레용같이 끝이 부드러운 소재의 필기구를 사용하도록 하자. 계란의 경우는 만에 하나 목에 걸리까봐 걱정되는 남편의 염려를 따라서 더 잘게 잘라서 주자. 이때 계란을 잘게 자르는 것은 남편의 몫으로 남겨두자.
둘째, 감정의 존중이다. 아내는 남편과 자신의 입장이 다를 때 남편이 감정적으로 언성을 높이고, 권위적으로 대하는 것에 상처를 입는다. 이렇게 부부간에 언성이 높아질 때,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도 상처를 받고 눈치를 보게 된다. 부모가 아이 양육에 관한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름을 인정하고 감정적인 비난이 아니라 차분한 대화로 협상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부부간에 번번이 싸우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지 않은 성장환경이 된다.
부부 싸움 후에 아빠는 술을 마시러 나가고, 엄마는 친구를 만나서 남편 뒷 담화나 욕을 하면서 풀지 모르나 아이는 갈 곳이 없다. 부모의 싸움을 스트레스를 꼬박 겪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는 학습된 무기력증으로 의욕 상실, 우울증, 자살충동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미국 버몬트대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능력과 공감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예측 가능한 일상을 선물하자
B 아이의 부모는 맞벌이를 한다. 주중에는 아내가 회사에서 돌아오면서 어린이집이나 친정어머니로부터 아이를 받아서 육아를 전담한다. 주말에는 남편이 아내의 집안일을 돕는다. 주중에 육아로 지친 아내를 좀 더 자게하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싱크대를 치우는 것에서부터 집안일을 시작한다. 저녁이 되면 남편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소파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쉰다. 이때 아내가 남편에게 “이불 좀 정리해줘요.” “밥 차리는 동안 아이랑 놀아주세요”라며 요청을 한다.
남편은 이미 지쳐서 방전된 것도 있고, 낮 시간 동안 본인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서 아내의 말에 무대응하거나 못 들은 척한다. 그러면 아내는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에게 화를 낸다. 남편은 아내에게 “왜 화를 내냐?”며 싸움이 시작된다. 이렇게 부부가 싸울 때 옆에서 놀던 7살 아들은 울기 시작한다.
이 사례에서 남편은 아내가 주중에 육아로 힘들었으므로 배려하는 마음에 자신이 주말에는 집안일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남편은 주말에 자신이 집안일을 하면서 자신이 맡은 일을 잘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아내는 “당신은 자기 스타일대로 열심히 한 것이지 내가 요청할 때는 잘 안 도와줘요”라며 화를 낸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남편이 주말에 자신의 계획표대로 일을 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낮 시간 동안 쉬고 일어난 아내가 남편에게 부탁한 요청에 대해서는 ‘무대응, 무답변’하며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아내의 문제는 남편이 한 일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지 않았고, 자신의 요청이 거절되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그 이유를 차분하게 말하지 않고 화를 냈던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로 사전에 주말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상과 주말이 예측 가능하도록 미리 계획표를 짜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모에게 다음의 일일 생활계획표를 주고 서로가 보지 못하도록 한 다음, 각자가 생각하는 주말 일정을 적어보도록 했다. 그 다음에 각자가 적은 내용을 보면서 함께 합의하는 하나의 계획표를 만들어보도록 했다.
미리 짜인 계획표에 따라 아이의 생활이 예측 가능한 일상이 되도록 하자. 즉 아이들의 일상이 예측 가능하고 즉흥적인 것이 없게 하자. 그리고 부모는 자녀에게 전달하고 자녀가 동의한 사항이 올바르게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한다. “제발 공부 좀 해라.” “너 숙제 안 하고 뭐해?” 이런 말은 계획표에 대한 올바른 점검이 아니다. “저녁 먹고 나서 8까지 숙제 끝내면 아빠가 확인해줄게.” “약속한대로 10시까지는 잠자리에 들고 잘 때는 컴퓨터 끄는 거야.” 이렇게 계획에 따른 명확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 외에서 부모가 협의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음 두 가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첫째, 양육에서 부모 각자의 역할을 정한다. 모든 부모에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는 역할, 엄마는 아이를 양육하는 역할로 구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아빠는 아이를 어깨나 등에 태우는 등 같이 놀아주는 역할, 엄마는 목욕시키기, 밥 먹이기 같이 양육을 하도록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면 책임감이 생기고 서로 더 돈독하게 지지하게 된다고 한다.
둘째, 부모가 먼저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을 먼저 협상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이다. 즉 부모가 먼저 한목소리로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한다음 아이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아이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아이와 조율한다. 아이와 조율한 다음에는 아이가 그것을 지키겠다는 자발적인 동의를 기다려서 듣자. 아이와 약속을 했다고는 하지만 부모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규칙이라면 아이는 지키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 가는 거다” “게임은 평일은 안 되고, 주말에만 30분씩 하는 거야”라고 부모가 통보하고는 아이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자 부모는. “너 어제 약속했는데, 왜 안 일어나?”라고 말하며 혼을 낸다. 하지만 아이에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는 말은 부모의 일방적인 통보였을 뿐, 아이는 자발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억울하다.
부모가 협의한 규칙을 아이가 잘 지키기를 바란다면 아이도 그 규칙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일단 규칙이 정해지면 아이가 그것에 따르겠다는 자발적인 답변을 할 때 까지 기다려 주자. 부모가 먼저 협의하고 합의된 규칙을 일방적으로 제시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합의한 규칙에 아이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그것에 아이가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면, 아이가 그것을 지킬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학습 된 무기력:
개를 밀폐된 실험 공간에 둔다. 그 공간은 중간에 족구장 네트처럼 칸막이가 있고, 바닥에는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개가 있는 쪽 바닥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개는 놀라서 중간 담장을 넘어 반대편으로 간다. 반대편에도 바닥에 전류가 흘리면 개는 다시 놀라며 원래 있던 곳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두 쪽 다 모두 전류를 흘리면 어떻게 될까? 개는 오고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전류의 고통을 경험하며 버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두 지점 모두에서 전류가 흐르는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개는 바닥에 전류가 흘러도 반대편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그 자리에 서 있게 된다. 아이가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것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하면 학습된 무기력증을 갖게 될 수 있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