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소통방식에 달려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의 자존감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은 가족의 형태나 경제 환경보다 부모의 소통방식에 달려있다. 자기, 타인, 상황에 대한 일치성 있는 존중 여부가 아이의 자존감을 결정한다
아이는 타고난 성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성장한다. 아이의 타고난 성향과 이러한 선택들이 모여서 아이의 성격을 형성한다. 이때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선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이의 자아존중감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의 자존감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은 아이가 성장한 가족의 형태(예. 양부모, 한 부모, 재혼가족 등)나 경제 환경보다 부모의 소통방식에 달려있다.
가족치료사 버지니아 사티어(Virginia Satir)에 따르면 사람의 자아존중감은 그가 자기, 타인, 상황을 존중하는지 여부로 알 수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의 소통방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자기, 타인, 상황, 이 세 가지를 모두 존중하는 소통방식이 일치형이다. 이렇게 소통하는 부모와 자녀는 높은 자존감을 가진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무시된다면 높은 자존감에서 멀어진다. 자기가 무시되고 타인과 상황만 존중하면 회유형, 자기와 상황만 존중하고 타인을 무시하면 비난형, 상황만 존중하면 초이성형, 자기, 타인, 상황을 모두 무시하면 산만형이 된다.
자아존중감 높은 아이는 실패와 좌절에도 오뚜기처럼 일어나고 탄성 좋은 스프링처럼 눌려 있다가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회복탄력성이 좋으며 더 자주 행복감을 경험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 나는 어떤 유형의 부모일까?
소통방식의 다섯 가지 유형
강아지가 온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당신은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혹은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고 한다. 이때 당신 눈에 거실 한 구석에 서있는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것 같다. 아이 앞을 보니 강아지가 누워있는데, 죽었는지 숨을 쉬지 않는다.
이때 당신은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당신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다음 빈칸에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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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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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일치형 소통 유형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
당신의 답변은 다음 중에서 어떤 소통유형과 비슷한가?
1. 회유형
이 유형으로 소통하는 부모는 다른 사람이나 상황은 존중하지만 자신은 무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유형은 상황을 축소하거나 일반화시켜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회유형인 부모는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어차피 동물이나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란다.” “너만 강아지 키우다가 죽는 게 아니야.” “우리 멍멍이는 너처럼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했을 거고.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을 거야.”
이 유형의 부모는 자신의 내적 감정이나 생각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비위를 맞추려고 하며, 지나친 변명과 사죄를 하는 등 불필요하게 ‘굽히는’ 행동을 보인다. 이 유형의 부모가 종종 하는 말은 이런 식이다. “다 엄마(아빠) 탓이구나!” “네가 없으면 엄마인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 유형은 주로 엄마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2. 비난형
이 유형으로 소통하는 부모는 회유형과는 정반대로 자신이나 상황은 존중하면서 타인은 무시하는 경우다. 이 유형의 부모는 아이의 생각이나 감정을 억압하고 무시하고 아이 자체를 나무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한다. “아니,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니?” “이게 그렇게 울 일이니? 누가 보면 엄마 아빠 죽은 줄 알겠다. 울지 마!”
이 유형의 부모는 자신을 강하게 보이게 하려고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비난하고 명령한다. 외적으로는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이 유형의 부모가 종종 하는 말은 이런 식이다. “이건 다 네 잘못이야.” “넌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것도 모르니?”
한편 비난형의 부모가 잘 사용하는 것은 비교를 통한 비난이다. “넌 어떻게 형 반만도 못하니?” “아빠가 네 나이 때는 말이다. 이정도 혜택을 누리지 못했어. 넌 감사한 줄 알아야 해.” 부모에게 이런 말을 들은 자녀는 화가 나고 맥이 빠진다. 이런 비난형은 우리나라 부모들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3. 초이성형
이 유형으로 소통하는 부모는 상황 해결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과 타인을 모두 무시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초이성형인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강아지가 무슨 일로 죽었을까?” “뭘 잘못 먹었나?” “강아지가 좋은 데 갔을 거야” “아빠가 지금은 회사 가봐야 하니까 이따가 동물병원에 가서 원인을 알아보자.”
이 유형의 부모는 자신이나 상대의 감정을 잘 보이지 않고, 원리원칙을 강조하며, 사실관계와 규칙에 얽매여 있어서 차가워 보이지만 내면은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고립된 느낌을 가지곤 한다. 주로 아빠들에게서 이런 유형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부모가 잘 사용하는 말은 이런 식이다. “그게 말이 돼?” “한번 따져 볼까?” “말이 되게, 논리적으로 말해야지.”
필자가 상담했던 고등학생 남자 아이가 있었다.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자퇴를 했고, 만성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부모는 아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아들을 설득해 상담실에 가까스로 데려왔다. 아이는 몇 번의 상담을 통해 상담을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이 초등학교 때 겪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초등학교 때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웠는데, 그 친구가 화를 내며 자신의 얼굴을 연필로 찔렀다고 한다. 아이는 얼굴 피부의 6겹이 뚫렸고, 급히 응급실로 옮겨져 마취주사를 맞고 상처부위를 봉합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한쪽 얼굴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집에서 만난 아빠가 아이에게 했던 첫마디는 “이번일로 넌 뭘 배웠니?”였다.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했던 말을 말했더니, 어머니가 했던 말은 “네가 아버지를 이해해라”였다.
아이는 그때 일을 회상하며 아빠와 엄마에 대해서 치를 떨었다. 아이는 그날 자신에게 그렇게 질문한 아버지의 반응은 “잔인했고”, 아버지를 이해하라던 어머니의 말은 “절망적이었다”고 한다. 아이의 심정을 도무지 헤아리지 않았던 초이성형 아버지와, 아들의 고통보다 남편을 더 어려워하느라 아들을 설득하려던 회유형 어머니가 빚어낸 양육의 결과는 아들의 자퇴와 우울증 그리고 자살충동이었다.
4. 산만형
산만형으로 소통하는 부모는 자신, 타인, 상황을 모두 무시한다. 이 유형은 가장 접촉하기 어려운 유형이다. 상황에 안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 때문에 부적절형이라고도 불린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산만형인 부모는 장난스럽게 말한다. “우리 귀요미 아들, 뭔 일 있어? 강아지가 움직이질 않네?” “강아지가 죽었니? 왜 죽었을까?” “누가 강아지를 죽게 한 거야? 아빠가 떼찌해줄 거야.” “아빠랑 이제 맛있는 거 먹자. 주말에 놀이동산 도 가고. 뿌요뿌요.”
이런 유형은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의 심각성에 관계없이 행동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거나,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화의 주제를 바꾸면서 회피하며, 의미 없는 말이나 농담을 한다. 이들의 내면에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가치감이 낮고, 단절감과 고독감을 느낀다.
5. 일치형
일치형으로 소통하는 부모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상황을 모두 존중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일치형인 부모는 아이를 이렇게 말한다.
아빠: 우리 서연이가 울고 있네., 이런 강아지가 움직이질 않네?, 강아지가 죽었나?(반영). 강아지가 움직이질 않아서 우리 서연이가 많이 놀라고 슬프겠구나. (공감). 아빠도 너무 슬프다.
아빠: 서연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질문)
아이: 강아지가 살아나면 좋겠어요.
아빠: 그래 강아지가 살아나면 좋겠지(반영). 아빠도 그런 마음이야. 그전에 우리 병원에 가서 강아지가 정말 죽었는지 알아보면 어떨까?(제안)
아이: 그럼 빨리 가요.
아빠: 그래. 같이 병원에 가자.
(병원에서 강아지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받고 아이가 펑펑 운다).
아이: 아빠, 강아지 살려내
아빠; 서연아, 아빠도 너무 슬퍼. 하지만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가 없어.
아이: 왜 살아날 수 없어. 죽는 게 뭔데?
아빠: 죽는다는 건 잠자는 것과 달라.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거야. (아이가 조금 차분해 진후) 우리강아지랑 멋지게 이별하면 어떨까?
아이: 어떻게요?
아빠: 무덤을 만들어서 서연이랑 우리 가족이 강아지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는 거야(제안)
아이: 좋아요
‘반영’을 통해서 부모가 아이에게 벌어진 상황을 보이는 그대로 말해주면 아이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좀 더 차분해질 수 있다. ‘공감’을 통해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봐 주고(인지적 공감), 아이의 심정을 감정 단어로 읽어주면(정서적 공감), 아이는 존중받는 기분과 함께 부모와의 유대감을 느낀다. ‘질문’을 통해 자녀의 심정이나 바라는 것을 물어봐주고, ‘제안’을 통해 부모의 의견을 말하고, 자녀의 응답을 들으면서 ‘조율’한다. 이러한 소통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상황 모두 존중하는 일치형으로 소통하게 된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