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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묻고 제안하고 조율하자
하이브가족상담센터 조회수:1281
2021-10-22 14:20:39

아이가 부모에게 질문하는 경험이 즐거울 수 있게 해주자

 

필자가 미국에 유학을 가서 느꼈던 충격 중에 하나는 수업 중에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문화였다. 질문할 때 한국에서처럼 교수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질문 내용은 ‘뭐 저런 걸 다 질문하나’ 싶은 정도의 사소한 것이었다.

필자는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일을 하면서 10여년의 세월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일상에서 서슴없이 질문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필자처럼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질문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한국 사람들이 질문하지 못하는 것은 질문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 익숙하지 어색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질문과 관련한 우리의 경험이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물에 대한 무서웠던 경험이 있으면 수영하기가 겁나는 것과 같다.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물어볼 때 부모가 친절하게 대답해주면 아이는 계속 질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질문하는 아이에게, “왜?” “그냥 해” “뭐가 그렇게 궁금해.” 하면 아이는 기가죽고, 질문하기가 겁이 난다. 우물물을 계속 퍼서 마시면 물이 마르지 않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바닥이 마른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샘물처럼 솟아나는 질문을 부모가 잘 받아주지 않거나 구박하면 오래지 않아 우물물이 마르듯 질문하던 아이의 호기심과 의욕도 활력을 잃는다.

아이의 질문에 부모가 대답해주기가 어려우면 간단하게라도 이유를 설명해주자. 아이는 부모가 정답을 알지 못하는 것 때문에 실망하기 보다는 자신의 질문을 귀찮아하는 모습에 서운하고 위축된다. 정답을 몰라도 부모가 아는 만큼 열심히 대답해주려고 하면 아이는 존중받는 기분을 느끼면서 부모에게 고마워하며 활기찬 모습을 유지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안전하다는 느낌과 존중받는 기분을 경험하면 ‘아이는 마음껏 호기심을 가져도 돼’라는 마음의 메시지를 경험하면서 이후에 누구에게라도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질문을 성의껏 받아줄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도 아이에게 물어보면서 아이와 대화를 주고받자.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표현하는 능력은 부모가 아이에게 물어봐 주고 아이가 그것에 답하기 위해서 머리를 바쁘게 사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잘 발달한다. 이렇게 질문과 토론을 통한 대화가 인간의 인지능력 발달에 가장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한 민족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은 미국이고, 그 미국을 발명한 사람은 유대인”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교수의 30%, 전체 노벨상의 25%, 노벨 경제학상의 40%를 수상한 사람도 유대인이다. 페이스북, 스타벅스, 크리스피 크림 도넛츠, NBC, ABC방송사 같이 우리가 아는 유수의 기업들은 유대인이 창업자이거나 최고경영자이다. 인구가 전 세계에 2천만도 안 되는 유대인이 어떻게 이렇게 뛰어난 민족이 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질문과 토론문화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 않고, “오늘 무슨 질문을 했느냐?”라고 묻는다고 한다.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배운 것을 말한다고 해고 그것이 정말 아이가 소화한 지식이 되었다고 볼 수 없지만 무엇을 질문했는지를 들어보면 아이가 수업에 참여한 수준이나 이해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 질문과 토론 문화가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는 곳은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유대인은 데이비드 그로스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DNA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해보면 모두 한 부모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대인이 우수한 이유는 유전자가 아니라 저녁 밥상머리에서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화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말한다. "경제학 박사였던 부친과 다른 세 형제와 함께 매일 저녁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를 두고 지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버지는 질문을 던지고 아들들이 서로 답변을 하느라 경쟁하는 것을 즐기셨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문화 덕분입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유대인들에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은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서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창의력을 키워간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은 도서관이다. 이스라엘 도서관에서는 보통 두 명 씩 앉아서 토론중심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태인들이 서로 큰 소리로 얘기하며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하브르타라고 한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질문과 토론을 통해서 지식을 강화하고 창의력을 키우는데, 이것이 이스라엘을 세계적으로 우수한 민족으로 평가받게 한 원동력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스라엘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데에 거침이 없는 데에는 그들의 후추파 정신이 있다. 이 정신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문화로 대담함, 뻔뻔함, 위대한 용기 같은 뜻으로 풀이된다. 이것은 유대인의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일종의 평등문화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른에게,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심지어 군대에서 병사가 장군에게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고, 그것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누구에게나 대담하고 뻔뻔하다 싶을 만큼 거리낌 없이 질문할 수 있다는 정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하는 것이 좋을까?

긍정적으로 질문하자. “요즘 힘든 일 없니?”라는 말은 공감하는 질문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평상시에 이런 부정적인 질문을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에는 부모가 자신을 힘든 일을 겪는 아이로 본다는 시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은 아이가 정말 힘들어 보일 때만 하는 것이 좋다. 평상시에 아이에게 물을 때는 “요즘 재미있는 일 있니?” “요즘 뭐에 신이나니?”처럼 긍정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열린 질문을 하자. 질문에는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이 있다. 닫힌 질문은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고, 열린 질문은 주관식으로 대답하게 되는 질문이다. 부모가 열린 질문을 시작으로 물으면 아이는 자유롭고 다양한 각도로 대답할 수 있다. '무엇을'이나 '어떻게'로 시작하는 열린 질문을 던지면 아이의 대답에 담기는 정보가 풍부해진다. 예를 들어 “숙제 했어?” “잘했어?”라고 묻는 닫힌 질문보다는, “어떻게 생각하니?” “어땠어?” 같은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피해는 것이 좋다. “너 그거 왜 그런 거야?” “왜 못해?” 이런 질문은 순수한 질문이기 보다는 아이를 혼내거나 추궁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는 질문을 듣자마자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 급급하거나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면 질문과 토론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어서 빨리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조급함이 앞서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묻고, 제안하고, 조율하자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정서적 공감을 해준 다음에,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니?”라고 하고 묻는다면, 보통 10명중 8명의 아이는 “몰라(요)”라고 대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물어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이는 “몰라”라고 대답하지만 부모가 자신에게 물어봐준 것 때문에 존중감을 느끼고. 그 다음에 부모가 제안하는 것을 귀담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는 부모의 질문에 처음에는 “몰라”라고 대답했지만, 잠시 후 자기의 의견이 생각나서 제안을 하게 되고 부모의 제안도 듣고 서로 의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에서 부모와 조율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질문하고, 제안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좁히는 과정이 조율인데, 이것은 마치 경제 그래프에서 수요와 공급의 곡선을 맞춰가는 것과 비슷하다.

10살 승준이가 부모님이랑 같이 야구장에 놀러가기로 한 날 비가 보슬보슬 왔다. 비가 더 오면 야구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었다. 아이는 오늘 경기를 꼭 경기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고 싶었다. 빗줄기가 더 쌔지자 경기가 취소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아이는 참았던 눈물이 커진 실망감과 함께 터졌다. 아빠가 승준이에게 말한다. “비가 왔으니 어쩔 수 없네.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아내에게)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거 하자. 오케이? 해산!”

아이는 비가 와서 야구경기에 보러 못간 것도 실망스럽고 화가 나는데, 아빠는 혼자 결정하고, “해산”이라니! 아이는 경기에 못 간 것보다도 아빠의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태도에 더 실망했다. 이럴 때 아빠가 아이에게 이렇게 반응해주면 어떨까? 아빠가 승준이에게 말한다.

 

아빠: 승준아, 오늘 비가 와서 야구 경기가 취소됐네.(반영) 승준이가 기대하던 경긴데, 못 가게 돼서 실망이 크겠다. 아빠도 이렇게 실망이 큰데 말이야.(정서적 공감)

아이: 모르겠어요.

아빠: 그래, 모르겠구나.(반영) 승준이 기분이 어떤지 솔직히 말해줄래?(질문)

아이: 화가 나요.

아빠: 화가 나는구나.(반영) 더 얘기해줄래?(제안)

아이: 지난번에 야구 보러 갈 때도, 비가 와서 못 갔잖아요. 하늘한테 화가 나요.

아빠: 아, 그래 하늘한테 화가 나는구나. 그럴 수 있겠다.(인지적 공감). 그럼 승준아, 어떻게 하면 좋겠니?(질문)

아이: 모르겠어요.

아빠: 오늘 경기에 못가는 대신에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건 어떨까?(제안)

아이: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건 별로고, 실내야구장에 가고 싶어요.(제안)

아빠: 그래? 좋은 생각인데? 좋았어. (아내에게) 당신은 어때? 실내야구장 괜찮아?

엄마: 좋아요. 두 사람은 거기서 노는 동안 나는 옆의 백화점에서 세일하는 물건 좀 봐도 될까요?(질문)

가족: 좋아.(조율)

 

비가 와서 야구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에 아이가 실망한 날, 아빠의 일방적인 “해산” 통보로 아이는 시무룩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가 안전 공감 대화법으로 소통하고 조율하면서 실내야구장에 가는 대안을 마련했을 때, 가족은 날씨에 상관없이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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