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분노폭발은 분명 잘못이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벌어진 일에 대해 내 마음에서 느껴지는 기분’이다. 인간의 감정은 자기도 모르게 생긴다. 감정에는 편안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즐거운 감정과 속상하고 불쾌한 기분처럼 기분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감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기쁨, 슬픔. 분노. 놀람, 역겨움. 두려움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감정에는 좋고 나쁜 것은 없다.
감정에는 1차 감정과 2차 감정이 있다. 1차 감정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원초적인 것이다. 인간의 1차 감정에는 기쁨, 놀람, 두려움, 슬픔, 혐오, 화 같은 것들이 있다. 1차 감정의 생성은 포유 뇌의 편도체가 주로 관여한다. 사람이 1차 감정을 경험할 때는 보통 얼굴 근육이 다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쉽게 식별할 수 있다.
화는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고 1차 감정이다. 1차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니다. 따라서 1차 감정인 화를 느끼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보통 화는 자신이나 타인 혹은 무언가 소중한 것이 위험에 쳐했을 때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기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배가 너무 고프거나 오랫동안 잠을 못 잤을 때, 부당한 일을 겪거나 목격했을 때,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위험에 처할 때 화를 느끼는 것은 본능과도 같다. 이처럼 1차 감정은 화는 생존이나 안전 혹은 불의를 막고 정의를 지키려는 데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분노는 2차 감정이다. 2차 감정은 어떤 상황을 경험하고, 그것에 대해 해석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발생하는 감정이다. 그래서 이 감정을 학습된 감정 혹은 사회적 감정이라고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차 감정은 생후 약 2년 이후에 사회적인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발전한다. 예를 들어, 창밖에 내리는 비를 두 사람이 보고 있다. 한 사람은 어린 시절 빗길을 가르며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추억을 떠올리고,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어린 시절 비오는 날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집에서 쫓겨났던 기억을 떠올린다. 전자는 ‘흐뭇한’ 기분을, 후자는 ‘씁쓸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비가 내린 상황은 두 사람에게 동일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서 각각 경험한 감정을 달랐다. 이렇게 어떤 현상에 대해서 생각을 통한 해석이라는 필터를 거쳐서 가지게 되는 감정이 2차 감정이다. 2차 감정으로는 긍지, 보람, ‘욱’하게 되는 분노, 수치심, 죄책감 같은 것들이 있다. 1차 감정은 동물(특히 포유류와 영장류)과 사람이 모두 가지고 있지만, 2차 감정은 동물에게는 찾아볼 수 없고,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것이다. 왜냐하면 2차 감정을 가지고 위해서는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인 생각을 통한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화가 나는 것은 동물과 사람 모두의 본능적인 반응지만 ‘욱’하는 분노폭발은 생각을 통한 해석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면 ‘욱’하는 분노폭발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있는 것일까?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 박사는 ‘욱’하는 분노에 대해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분노는 자신의 가치나 욕구, 신념이라는 자기보전의 감정이 거부당할 때 발생한다. 분노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심한 거절감에 눌려 있다. 그래서 거절감을 느낄 때마다 충동적으로 방어하고 공격하려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즉 욱하는 분노폭발의 원인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 ‘무시당했다는 생각’ 혹은 ‘거절당했다는 생각’이다.
분노하거나 ‘욱’하는 반응이 할 때 우리 몸은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면서 분노 감정에 연료를 공급하는 생화학적 아드레날린과 노라드레날린이 분출된다. 이것은 우리 몸이 분노의 감정에 따라 반응하는 생리적인 현상인데, 분노의 감정을 자주 느끼면 우리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서 피로와 불안을 증가한다. 또한 이때는 이성 뇌가 있는 상위 뇌 보다는 생존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물 뇌가 있는 하위 뇌에 피가 더 많이 몰리게 된다. 따라서 분노한 상태에서는 사리분별과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진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자주 경험하면, 분노 이외의 다른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로 아이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기를 두려워하면서 말을 안 하거나 한참 동안 쌓아둔 화가 제어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분노로 폭발하곤 한다. 이런 아이의 태도는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져서 교우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욱’하는 분노폭발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욱’은 훈련으로 조절할 수 있다
‘욱’하는 분노폭발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조절할 수 있다. 먼저 화가 난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것이 분노폭발을 막는 소화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하철에서 아이가 큰 소리로 고함으로 치고 울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지하철 안을 돌아다닌다. 옆에 있는 부모 누구도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은 부모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여성 승객이 부모에게 다가가 아이가 조용히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자, 부모는 눈물을 터뜨리고 울먹이며 말한다. “지금 병원에 다녀오는 중입니다. 아이가 뇌종양 말기라네요.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어요.” “아이가 지금 머리가 아파서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섯 정거장만 더 가면 내립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이 말을 들은 여성 승객은 우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울기 시작한다. 사연은 지하철 안에 퍼지고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누구도 아이를 제지하거나 부모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다. 뛰어다니는 아이의 행동과 아이를 말리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고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가능한 방법은 화가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을 때, 일단 스스로에게 ‘타임아웃’(분노의 감정이나 분노하게 되는 장소로 부터 떠나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선언하고, 자신이 분노하게 된 상황에 대해 더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분노로 흥분했던 몸과 마음이 차분해 지고, 상황이나 상대의 입장을 더 이해하는 계기가 생길 수 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1단계: 전날 회사 야근으로 월차를 쓰고 낮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서 깼다.
2단계: 아내에게 아이가 건드려서 자신이 깨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 했는데,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서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3단계: ‘욱’하고 분노가 생겼다.
이 상황에서 남편은 ‘욱’하는 분노를 폭발하기 보다는 먼저 ‘타임아웃’을 외치며 호흡을 조절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상황에 대한 정보를 더 가지려고 시도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아내는 남편의 요청대로 아이에게 주무시는 아빠를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고, 아이는 알겠다고 말했고 그 말을 지켰다. 그럼 누가 남편을 건드려서 깨운 것일까? 아내가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에 강아지가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남편을 건드렸다. 강아지가 방에 들어갈 때 아이는 강아지가 방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아빠를 건드리고 난 뒤였다. 남편이 눈을 떴을 때는 강아지는 침대 밑에 들어가 있었고, 강아지를 붙잡기 위해서 뒤따라온 아이만 보였다. 그래서 남편은 아이가 건드린 것으로 오해했고 아이와 아내에게 ‘욱’하고 화를 폭발한 것이다. 상황 맥락을 알게 되자 남편은 화가 풀렸고, 아내와 아이를 오해한 것이 미안해 졌다. 방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잠을 잔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반성했다. 물론 이 사례처럼 상황에 대해서 더 알게 된다고 해서 오해가 풀리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첫째, 당신이 ‘타임아웃’을 해서 ‘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당신이 상황에 대해서 더 알아보는 과정에서 오해가 이해가 될 수 있기 기회를 높였기 때문이다. 몰라서 오해하고 ‘욱’했지만, 전후사정을 알게 되면서 이해하게 되고 ‘욱’하는 마음도 풀릴 수 있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