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기 힘으로 성취하면서 자신감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운다
아이의 자존감은 가치감과 자신감으로 구성된다. 아이가 높은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감 뿐만 아니라 성취에 대한 자신감도 필요하다. 사회 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엄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아빠의 사랑은 조건적이라고 말했다(필자는 이것을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한다. 엄마에게도 조건적인 사랑이 있고, 아빠에게도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높은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함께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인정받는 아빠의 조건적인 사랑도 받아야 한다.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가치감이 높다. 이런 아이는 자신의 실패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마치 5만 원 짜리 지폐가 구겨져도 여전히 5만원의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같다. 한편 무조건적인 사랑만 받으면 아이가 옳고 그름의 판단을 잘 하지 못하고 방종하거나 성장을 위해 도전과 자극이 부족해서 미성숙할 수 있다. 한편,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위해서는 아빠의 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한다. 조건적인 사랑은 아이가 무언가를 성취할 때 그것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면서 성장을 촉진해 주는 사랑이다. 그런데 부모의 사랑이 조건적이기만 하다면 아이는 실패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작은 실패에도 좌절해서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가 높은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아이의 가치감을 높이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아이의 성취에 따른 자신감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부모의 조건적인 사랑이 모두 필요하다. 이번 장에서는 아이의 자기조절능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부모의 조건적인 사랑, 그중에서도 칭찬과 격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성취감은 아이가 주어진 일을 스스로 해낼 때 생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임무를 주고 일을 마쳤을 때 부모가 칭찬해주는 것은 아이의 성취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때 큰 과제가 아니라 작은 성공의 기회를 많이 가질 있도록 해준다. 부모가 제시한 과제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어떤 성취를 했을 때는 부모가 이것을 잘 포착해서 구체적으로 칭찬해주자. 아이 입장에서는 ‘싫어도 참으니 부모님의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다.’ ‘양보를 했더니 동생과 싸우지 않아서 좋다’ 등의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는 과정에서 아이의 자기감정 조절 능력이 생긴다.
아이가 발달과제를 성취하는 과정에는 실패도 있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도전하고 참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아이는 참고 기다리면 성취라는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가 실패에서 멈추지 않고, 기다림과 재도전을 통해서 성취하는 이런 경험이 반복된다면 아이는 성취감을 더 자주 느낄 수 있고, 그 때마다 자신감이 커진다.
요즘은 부모 중에는 아이가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 말고는 다른 일을 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은 “넌 공부만 해”라며 오히려 온갖 시중을 다 들어준다. 아이가 입을 옷도 골라주고, 가방도 챙겨주고 심지어 숙제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고 대신 해주는 아이는 자발성이 아니라 수동성이 생기고, 독립심보다는 의존성을 갖게 되며, 사회성과 리더십을 발휘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따라가기에 바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책임감이 부족하며 쉽게 우울감과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아이가 무엇을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인 자발성을 존중받으면 열정이 생긴다. 아이는 이 열정으로 무언가에 집중해서 성취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스스로 성공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스스로 성취한 시간은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해 누군가에게 접촉의 손길을 내밀었던 순간은 사회성과 리더십이 커진 순간이 된다.
칭찬은 구체적으로, 야단은 합리적으로, 격려는 따뜻하게 건네자
링컨은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인들이 뽑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당시 수백만의 사람들이 링컨 대통령을 비난하고 반대했다. 남부 사람들은 링컨에게 자신들이 뽑아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배신자라 말했고, 북부 사람들은 분리주의적인 행동을 엄단하겠다는 링컨을 매우 싫어했다. 이런 분위가 가운데, 그를 존 브라이트라는 사람의 그의 신물 사설에서 링컨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분’이라고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1865년 4월 14일 링컨이 암살당한 날 그의 주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물품 중에는 존 브라이트의 연설문이 담긴 신문 기사 스크랩이 있었다. 링컨은 왜 이 신문의 기사를 스크랩해서 가지고 다녔을까? 가장 힘들 때 그를 칭찬한 존 브라이트의 연설이 그에게 큰 격려와 힘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링컨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누구나 다 칭찬과 격려를 받기 원한다. 칭찬과 격려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새로운 힘과 소망을 넣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상담한 한 청소년이 말했다. “엄마는 평소에는 말씀이 별로 없으시다가 제가 잘못하는 것에만 지적하세요. 아빠는 평소에도 안 좋은 상황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세요.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면 ‘네가 그렇게 한다고 대회 나가서 상 탈 수 있겠냐?’ 제가 시합이라도 나가면 ‘가서 오버하지 마, 오버하면 다치는 거야’라고 말씀하세요. 걱정해주시는 건 알겠지만, 아빠는 일단 말의 시작부터 끝까지 부정적이에요.”
상담사를 통해서 아이의 말을 들은 엄마는 아이들의 말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잘못할 때 저나 남편이 주의를 주고 지적은 많이 했지만 칭찬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사실 다른 사람하고 시간약속도 잘 지키고, 정도 많아요. 제가 손이 잘 부르틀 때 좋은 핸드로션을 사다 주었어요.” “제가 남편이랑 맞벌이를 해서 집안일을 돌보기가 어려웠는데, 아이가 자기 동생하고 돌아가면서 설거지도 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칭찬을 잘 못했어요.”
선물은 상대의 마음을 연다.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는 일종의 선물이다. 이것을 아끼면 자녀의 마음이 점점 닫히게 된다. 아이에게 어떻게 칭찬과 격려라는 선물을 해 줄 것인가? 미취학 아이라면 문제 행동을 보이다가 아이가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칭찬 판에 붙일 스티커를 주고 칭찬판 사용법도 안내해준다. 이렇게 칭찬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런 부모에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다음에 칭찬을 잘 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다.
자녀가 학교에서 95점을 받아왔을 때, 부모가 칭찬 대신 왜 한 문제를 틀렸냐고 야단을 친다. 아이가 다음 시험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100점을 받았다. 부모님이 칭찬해줄 것이란 기대를 했다. 그런데 부모가, “너만 100점을 맞은 게 아니라 옆집 아이도 100점 맞아왔다더라.”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니?”라고 말한다. 아이가 칭찬을 받고 싶어서 계속 100점을 맞아오자. “네가 계속해서 100점을 받은 것을 보니까 선생님이 문제를 쉽게 냈나 보구나”라고 말한다.
이렇게 도무지 만족시킬 수 없는 부모와 살아야 하는 아이는 부모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는 자신의 병든 속마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괜찮은 척하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지치고 마음의 병을 얻을 것이고, 청소년이나 성인기에 접어들 무렵 학습된 무기력이나 우울증 증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너 참 훌륭하다.” “착하다.” “정직하다.” 식으로 말하면서 아이의 인격에 관해 평가하는 말은 칭찬이라기보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이 말에는 무엇이 훌륭하고, 착하고, 정직하다는 것인지가 구체적이지 않으며, 아이는 이런 말을 들을 때 자신이 과거에 잘 못했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이 그런 말을 듣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고 오히려 부끄러워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칭찬을 잘하는 것일까?
칭찬은 그저 단백하고 구체적으로 아이가 한 행동이나 과정에서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이 좋다. “휴지를 줍는구나. 덕분에 바닥에 깨끗해졌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구나.” “그거 멋진 생각인데!”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때로 칭찬은 “이야” “오우” 등의 감탄사만으로 충분할 때가 많다. 시험을 마치고 온 아이에게 “시험 보느라고 힘들었지.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힘이 난다. 시험을 본 아이에 대한 엄마의 관심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시험결과에 대한 얘기는 그 다음에 하는 것이 좋다.
부적응하는 아이에게는 세심한 칭찬이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의 아주 작은 노력을 찾아내서 인정해주자. 예를 들어 아이가 하루에 7시간 게임을 하는 아이가 일주일 안에 5시간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알아보니, 10분만 줄였다. 이럴 때는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혼을 내기 보다는 단 10분이었지만 아이가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아주고 칭찬해주자. 그리고 아이가 점차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그것을 책임 있게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해주자.
칭찬만큼 중요한 것이 잘 혼내는 것이다. “네가 잘하는 게 뭐야.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의 인격을 비난하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해서 혼을 낼 때에는 아이의 존재나 인격이 아니라, 잘못한 행동만을 구체적으로 나무래야 한다. “지난번에 아빠랑 약속한 거 안 지켰으니까 아빠도 너랑 약속한대로 이번 주 용돈은 절반만 주겠다”라고 말하면서 잘못한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아이를 비난하고 혼내는 것보다 훈육에 효과적이다.
부모가 칭찬은 구체적으로, 야단은 합리적으로, 격려는 따뜻하게 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감정과 행동을 더 잘 조절하면서, 실패에도 더 잘 일어나고, 더 잘 성공할 줄 아는 자신감 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