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를 구성하는 세 가지는 파충 뇌, 포유 뇌, 이성 뇌
미국의 신경생리학자 맥린 박사는 1970년대에 뇌가 3층 구조로 되어있다는 주장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뇌간에서 비롯되는 파충류의 뇌, 대뇌변연계를 포함하는 포유류의 뇌, 대뇌피질과 전두엽이 있는 이성의 뇌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즉 뇌의 가장 아래에는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파충류의 뇌(이하 파충 뇌)가 있고, 중간에는 감정 뇌로 알려진 포유류의 뇌(이하 포유 뇌)가 있으며, 가장 위에는 이성과 언어 그리고 판단을 관장하는 이성의 뇌(이하 이성 뇌)가 있다.
아기는 태어날 때 파충 뇌와 포유 뇌(이하 이 둘을 합쳐서 하위 뇌로 부름)가 거의 완성된 상태지만 이성 뇌는 아이가 성장해서 20대 중반이 될 때 까지 서서히 발달한다. 아이는 하위 뇌를 적절하게 조절해줄 상위 뇌가 아직 충분하게 발달하지 않은 생후부터 청소년 시기에 이르기 까지는 하위 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말은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하위 뇌의 원시적인 충동과 감정체계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툭하면 짜증을 내고 떼를 쓰며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서 구른다. 이것은 아이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직은 상위 뇌가 미숙하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하위 뇌가 만들어 내는 격한 감정과 원시적 충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이가 스트레스 상황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뇌의 회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이의 세 개의 뇌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사람의 뇌구조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파충 뇌는 다른 파충류들과 유사한 화학체계와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 뇌를 구성하는 뇌간은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들인 호흡, 체온 조절, 심장박동, 배고픔, 소화, 배변 등을 조절하거나 자극한다. 인간이 깨어있든, 졸든, 꿈을 꾸든, 뇌간은 심장박동이나 호흡, 혈압의 작동과 조절에 계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생명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이러한 파충 뇌를 ‘생존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간에 위치한 포유 뇌는 다른 포유류들과 유사한 화학체계와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변연계는 기억, 애착, 분노, 두려움, 분리불안, 사회적 유대와 관련된 강렬한 감정과 욕구를 활성화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상위 뇌인 이성 뇌로 다스리고 조율해야 할 때가 많다. 포유 뇌는 감정과 관련한 활동들이 많아서 ‘감정 뇌’라로 부르기도 한다.
포유 뇌를 구성하는 변연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관은 해마와 편도체이다. 해마는 가까운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처리한다. 지난번에 가족과 방문한 베트남 음식점에서 처음 먹어보았던 메뉴의 이름이 기억나는 것은 해마 덕분이다. 해마에 저장되지 않은 강한 정서를 동반한 기억은 우리 몸과 편도체에 저장된다.
편도체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우리가 경험하는 기쁨, 슬픔, 분노, 불쾌 같은 모든 감정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특히 편도체는 공포와 두려움을 감지하는 핵심 중추로서 우리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경보체계 역할을 한다. 만약 아이가 위험을 감지하거나, 뭔가 불안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안전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편도체의 납치(Amygdala hijack)’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현상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크게 활성화된 편도체가 이성 뇌의 판단과 명령을 따르지 않고, 두려움과 불안만을 증폭시켜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상위 뇌에 있던 피가 파충 뇌의 뇌간으로 몰리기 때문에 상위 뇌에 있는 대뇌 피질의 고차원적인 뇌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편도체 특유의 반응인, ‘싸우기 아니면 도망치기’의 반응을 통해서 뇌의 능력을 안전 확보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자주 짜증을 내거나 ‘욱’하고 분노를 폭발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상위 뇌가 하위 뇌를 조율하고 통제하기 보다는 하위 뇌 중심의 동물적이고 충동적인 생존 본능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려서부터 스트레스가 많은 삶을 살았던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적은 가운데,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다 보니 정서조절에 관여하는 상위 뇌가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것이다.
세 개의 뇌중 맨 윗부분에 위치한 이성 뇌는 사람에게만 가장 발달한 영역이다. 이곳에 있는 대뇌피질과 전전두엽은 문제 해결, 추론과 반성, 자각, 친절, 창의성과 상상력 같은 기능을 한다. 대뇌피질은 가장 진보된 뇌 영역으로서 전체 뇌의 85%를 차지하며 포유류의 뇌와 파충류의 뇌를 감싸고 있다. 대뇌피질은 다른 포유류에도 있지만 인간의 것이 훨씬 두껍다. 이 영역은 부모가 아이를 자상하고 세심하게 보살필 때,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서 발달하는 부위다.
전두엽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전전두엽은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명확하게 구분하게 해주는 우리 뇌의 사령탑이다. 이 부위는 이성적 사고, 의사결정, 주의집중, 정서조절 같은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을 관장한다. 인간이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주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전전두엽의 역할 덕분이다.
아이가 기쁨, 즐거움, 도전의식을 가진 상태에서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에 혈액이 고루 공급될 뿐만 아니라, 피질에서도 어떤 한 부위만이 아니라 여러 부위에 걸쳐 혈액이 공급된다. 이는 아이가 편안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때는 상위 뇌와 하위 뇌에 걸쳐서 골고루 혈액이 공급되면서 서로 조화로운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아이가 안전감을 느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는 뇌의 전 영역이 활성화 되어 고루 발달하게 된다.
부모의 긍정적인 상호작용만큼 아이의 뇌 발달에 중요한 것도 없다
뇌의 많은 부분은 출생 이후에 발달하며, 부모가 양육하는 방식에 따라 아이 뇌의 상위 뇌와 하위 뇌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걷고 말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상호작용이 아이의 뇌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부모자녀의 상호작용이 부정적인 아이들은 하위 뇌의 충동에 따라 아이가 본능적인 행동을 할 때 이를 조절할 상위 뇌의 발달이 부진해 학습 집중력과 공감 능력이 떨어지므로 힘든 학교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자녀 사이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인 아이는 학령기가 되어 학교에 들어갈 때, 상위 뇌와 하위 뇌가 조화롭게 발달해 자기감정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좋다. 긍정적인 부모 자녀 사이의 상호작용을 위한 핵심은 부모가 먼저 자신의 상위 뇌를 사용해서 자녀의 하위 뇌가 일으킨 충동적이고 불안해하는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차분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더불어서 아이가 자신의 충동과 감정에 따라 떼를 쓰고 말썽을 피울 때, 아이의 행동은 하위 뇌의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아이의 하위 뇌를 촉발시킨 스트레스 이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귀를 기울이자. 이때 부모가 먼저 호흡을 조절하고 부모 자신의 상위 뇌를 작동시켜 차분하고 자상하게 대응하자. 그러면 아이의 상위 뇌인 이성의 뇌가 하위 뇌인 포유류 뇌의 감정체계와 협력하고 조율하면서 아이의 흥분한 감정과 행동이 누그러지고 상황을 이성적으로 파악하면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동우 소장의 저서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